무협답지 않게 화목한 남궁세가 천재 외손자

2022년 1월에 연재를 시작해서 현재 792화까지 이어지고 있는 신랑 작가의 무협 소설 남궁세가 천재 외손자.
이 작품은 다른 무협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무협이라고 하면 칼 든 불한당들의 세상이잖아요.
가족이나 형제는 장르 불문하고 경쟁자로 설정되어 있어서 죽고 죽이는 상황이 대부분이고요.

권력과 이익을 두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혼란의 연속!!

눈에 눈, 이에는 이 식으로 강대강으로 맞붙어서 피가 튀는 살겁이 판치는 이야기 속에서 강호무정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남궁세가 천재 외손자는 사뭇 다릅니다.
서로 너무 잘 지내서 생소하다는 의견이 제법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 시작한 계기도 뭔가 좀 다르다는 분위기의 영향이 크죠.

남궁세가, 아니 판타지든 무협이든 웹소설에서 서로의 우애가 이렇게 좋은 작품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듯.
아무튼 너무 독한 무협을 꺼리는 독자층도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사이좋게 성장하는 흐뭇한 모습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래도 700화 넘게 연재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독자 반응이 나쁘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니면 시간을 넘기지 않고 죽 연재한 모양이네요.


간략한 스토리

멸문지화라는 재앙.
그 재앙 앞에서 열 살 하현은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외가인 남궁세가로 도망친다.
그리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그의 천재적인 재능.

"더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천하제일인이 되겠습니다."

답답하고 암계가 판치는 고전 무협은 사절이다.
가족 간의 애틋한 사랑과, 정파가 정파 다운 힐링 무협.
진짜 천재 남궁하현의 성장기가 시작된다!

위의 간략한 소개에도 있잖아요.
애틋한 가족애, 정파다운 힐링 무협.

저는 초반 전개를 읽고 약간 반성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무협은 독한 전개여야 한다는 선입관이 생겼더라고요.
창작의 세계에서 이래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답답하고 암계가 판치는 무협도 필요합니다.
물론 재미가 있다는 가정 하에......

단점

당연히 단점이 있습니다.
기존 무협과는 다른 분위기는 물론 장점이지만, 무공 표현이나 경지를 나타내는 자잘한 설정에 무리수가 있습니다.
파워밸런스에 의문이 드는 장면도 있고 말입니다.
작품의 포인트를 주인공인 하현이의 성장에 맞춰 놨는지, 그 외 여러 면에서 어색함이 많습니다.

이 작품을 시작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무공 설정의 어색함입니다.
그 외 자잘한 지적들이 있지만, 결정적으로 주인공과 주변의 착한 사촌들이 성장하는 모습에 큰 재미를 못 느끼시는 취향이면 이 작품과는 안 맞습니다.

초반의 흥미로움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웹소설은 공통적으로 용두사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 연재하면서 결말까지도 잘 유지하면 좋겠지만, 보통은 초반 전개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데 쏟는 에너지가 너무 큽니다.
그래서 내가 재미를 느끼는 구간까지만 봐도 되는 장르이기도 하고요.

자극 일변도의 소설에 지치셨다면, 잠시 쉬어가는 셈 치고 이 작품을 한번 읽어보세요.

결론

다양한 시도와 표현이 웹소설 시장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독자들에게 더 큰 즐거움으로 돌아옵니다.
틀에 박힌 뻔한 전개에 잠식되는 와중에도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작가와 작품이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습니다.
저는 초반에 무공을 제외한 상황이나 설정이 흥미롭게 느껴져서 100화까지 읽었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50화까지였지만, 나머지 50화는 새로운 시각을 깨우치게 해 준 작가에게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읽었고요.
자잘한 오류는 눈을 살짝 감고 대강 넘겼습니다.

화목한 분위기를 메인으로 잡았으니, 차라리 선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가 큰 난관과 강한 적을 이겨내는 소년만화 같은 스토리였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드래곤볼식 전개 이제는 올드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선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서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성장하는 것은 근본이기는 하니까요.
참신한 분위기도 챙기고, 무공도 챙기고, 성장도 챙기고, 인물 관계나 여러 구성까지 다 잡으려고 작가가 너무 무리를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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